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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코 꿰인 도시 속의 왕자님과 키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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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코 꿰인 도시 속의 왕자님과 키키

2017. 6. 8. 12:59


*냐메(@ _Sea_glass)님께서 주신 '입양이 되지 않고 남아있던 고양이를 입양했더니 수인이었던 쿠로켄' 이라는 주제로 쓴 글입니다.




오지랖이 넓어서 너 나중에 코 꿰인다.

두 달 전, 술에 취한 야쿠가 부축하고 있던 쿠로오에게 그렇게 말했다.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하던 그 행동은 꼭 태어난 공주에게 파티에 초청받지 못한 한을 풀어내는 마법사 같았다. 요정이었나? 어찌되었든 그런 느낌으로 뜻하지 않게 저주를 받았던 쿠로오는 내심 불쾌했다. 참, 못하는 말이 없네, 얏쿵. 버리고 가버릴까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그 다음날에는 말짱하게 다 잊어버렸다. 아니, 다 잊어버리지는 않았고 가끔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그 때마다 쿠로오는 이유를 댈 수 있었다. 그 때 도와준 건 저번에 도와준 적이 있어서, 이번에 내가 하겠다고 한 건 내가 빨리 해치우고 싶었기 때문에. 그 외의 이런저런 자기의 이기적인 이유를 덧붙이면서 쿠로오는 절대로 오지랖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래도 역시 저주는 저주였고 열일곱, 공주가 물레에 찔려 눈을 감았을 때, 쿠로오는 스무살, 힘들게 구조되고 적응을 못해 계속 파양과 연이은 임시보호들로 돌아다니던 고양이에게 눈을 떴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인사와 함께 펄쩍 뛰는 소리가 들렸다. 냐오옹, 흐먀먀먕! 그리고는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타다닥, 달리는 소리와 함께 커튼이 한번 크게 펄럭였다. 그 모든 소란이 끝나는 건 쿠로오 가방이 어깨에서 떨어지는 걸로 끝났다.

“…키키야…….”

쿠로오는 얼굴을 제 손으로 가렸다. 오지랖이 넓어서 코 꿰인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고양이라니! 쿠로오는 울고 싶었다. 이제 그래도 한 달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쿠로오가 서 있기만 하면 펄쩍 뛰며 도망가기 일쑤였다. 앉아있는 것도 그랬다. …딱 바닥에 붙어서 키키가 내려 볼 정도의 높이(?)가 아니면 도망가서는 밥도 먹지 않고 커튼 뒤에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한 번은 그 정도로 친해진 게 어디냐며 한나절을 누워있었지만 결국 생리적인 문제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다시 커튼 뒤로 들어가 벌벌 떠는 고양이를 보며 자기는 왜 식물이 아니라 사람이냐며 울어야만 했다.

“키키야, 누웠어! 누웠으니까 이제 나와서 마저 밥 먹자, 응?”

이젠 그래서 밥을 먹고 화장실까지 미리 다녀오고 집에 와서 바로 옷 갈아입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예 손도 바닥에 턱 붙여서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렸더니 곧 사각하고 커튼 천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눈을 떠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한참을 커튼 천 소리만 들리다가 곧 밥을 깨작깨작 먹는 소리가 났다. 쿠로오는 그제야 눈을 천천히 떴다. 고양이 하나랑 친해지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키키….” 놀라지 않게 작게 부르면 꼬리가 펑하고 터진 채로 두근두근하며 저를 향해 돌아보는 그 고양이가

“허으….”

너무 예뻐서 모든 게 다 용서된다.

아니, 용서를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키키가 나를 용서해준다….

쿠로오가 흐물흐물한 표정을 짓자마자 키키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냐. 뭔가 말을 작게 하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몇 번 더 깨작깨작 먹고는 다시 커튼으로 후다닥 뛰었다. 키키가 밥을 다 먹은 것 같아서 쿠로오가 등을 바닥에 붙인 채로 질질 끌고 기어서 남은 밥을 확인했다. 여전히 사료는 거의 먹지 않았다. 사료가 마음에 안 드나. 쿠로오는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돌려 커튼을 바라보았다. 그 때 얼굴을 내밀던 키키와 시선이 마주쳤다.

“키키, 밥이 맛없어?”

그렇게 물어보지만 키키는 답이 없었다. 열심히 제 얼굴과 발을 핥고 있었다. 허으, 저런 것도 너무 귀여워. 키키, 최고야. 쿠로오는 그렇게 또 흐물흐물 녹아서 꿀 떨어지는 눈으로 고양이만 가득 담았다. 코가 좀 꿰이면 어떤가. 아직도 저렇게 접근거리가 존재해야하는 서먹한 사이여도 이렇게 좋은데! 다만 문제는 밥이었다. 아기고양이라는 걸 감안해도 작은 키키는 실제로도 그 나이 대에 비해서 체구가 작은 편이라고 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눈치만 보면서 제 방에서처럼 어딘가에 숨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을 고양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지금 그래도 이 정도로 친해진 것만도 모두 도로 무로 돌아가겠지. 쿠로오는 끙, 소리를 내며 한숨을 쉬었다.

“빨리 친해지면 좋겠다.”

좋아, 목표는 일 년 내로 정상 체중으로 만들기다. 내 체중 관리도 힘들지만 키키만큼은…! 그렇게 다짐하는 쿠로오를 커튼 뒤에서 물끄러미 보던 키키는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번엔 반대 발을 들고 열심히 핥았다. 아무 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면서부터 쿠로오는 이상한 습관이 들었다. 일단 집에 오자마자 바닥에 누워서 제 고양이의 기분을 맞췄고 늘 밖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과제도 최대한 밖에서 했다. 차라리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생긴 것과 다르게 은근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쿠로오에게 그건 하나 둘 씩 모르는 사이에 몸의 피로들이 매달리는 원인이 되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피로들은 서로 엉켜서 결국 간신히 종강하고 온 그 날, 쿠로오는 끙끙 앓았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러면서도 몸은 으슬으슬 추운데 기운은 또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접어놓았던 이불을 대충 집어 끌어 배만 간신히 가렸다.

“키키….”

눈도 반쯤 감은 채로 쿠로오는 커튼 뒤에 또 숨어있는 고양이를 불렀다. 힘없이 부른 목소리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들린 모양인지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숨어있었다. “키키, 오늘 내가…아프니까…….” 쿠로오는 자꾸 눈이 감겼다.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좀 그래도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거의 감은 채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조용히 잘 테니까…방해 안 되게 할 테니까 밥 잘 챙겨…먹고.” 그렇게 말하고 숨을 한번 길게 내쉬고 쿠로오는 더 이상 고양이에게 귀찮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불도 엉성하게 덮은 채로 누운 건지 이불 더미에 기댄 건지 알 수도 없는 채로 그렇게 잠들었다.

고양이는 커튼 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곧 앞발을 들었다. 그리고 뒷발도 들었다. 몇 번 발들을 들고 놓고를 반복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평소에는 근처에도 잘 못 가던 쿠로오의 주변에 꼬리를 탁탁 가볍게 치며 한참을 또 그렇게 보다가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고개만 든 채로 또 한참을 바라보았다.

냐-.

길게 울어보는데도 쿠로오는 반응이 없었다. 쿠로오 주변의 공기만 유난히 더 후끈거렸다. 고양이는 쿠로오가 아픈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다가 몸을 뒤집었다. 하얀 배가 드러난 상태로도 아이예쁘다를 해주지 않았다. 앞발을 핥던 고양이는 다시 몸을 뒤집고 기지개를 폈다. 냐-. 다시 한번 울어보았다. “으….” 쿠로오가 소리를 내자 놀랐는지 몸의 털들을 쭈뼛 세우며 허리를 동그랗게 말았다. 그러나 그 외에는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니 고양이는 다시 진정하며 조용히 쿠로오를 관찰했다. 쿠로오는 설핏 잠에서 깬 모양인지 추워…더워….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이마와 얼굴 가득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손과 발은 추운 것처럼 꼭 오므라져 있었다. 추워…. 그런데 또 더워…. 몸살이 났나…. 정신도 오락가락한데 냐-하고 우는 고양이 소리가 귀에 잠시 맴돌았다. 걱정하는 걸까. 그래도 걱정해주는구나. 다행이다. 아, 다행이 아닌가. 괜히 걱정 끼치는 건가.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눈을 뜰 힘도 없었다. 그래, 좀 자고 일어나자. 좀 쉬면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불을 좀 더 끌어 당겼다. 이제 날이 더워진다고 너무 빨리 이불을 바꾼 모양이었다. 전혀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따뜻하니까. 빨리 한 숨 자고 얼른 나아야지. 그래야 키키도 방학동안 돌보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쿠로오는 다시 깊은 잠으로 빠졌다.




“괜찮아?”

쿠로오는 갑자기 머리 위에서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야쿠와 리에프였다. 어? 나 집 오지 않았나? 천장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집이 맞았다. “어떻게….” 들어왔냐는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목이 아파서 목을 살짝 감싸니 리에프가 헐레벌떡 물컵을 건네주었다. 자기 혼자 누워도 좀 좁아 보이는 집이었는데 사내(그것도 리에프는 저보다 훨씬 큰 놈이었다) 둘이 더 들어왔더니만 이렇게나 집이 좁아 보일 수가 없었다.

“전화가 왔는데 말은 없잖아. 이상해서 와봤더니만.”

오늘 시험이 마지막이라더니 마지막 날에 완전 뻗었네, 뻗었어. 야쿠는 쿠로오 맞은편에 앉아서 열을 재주었다. “아직 약은 안 사왔는데 병원 가실래여?” 리에프가 그렇게 물어보는데 쿠로오는 고개를 저었다. “좀 자고 났더니 나은 거 같아.” 목소리는 걸걸했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별 말은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거렸다. 그런데 전화를 했다고? 정신없이 잔 것 같은데 내가 언제 전화를 했지? 쿠로오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제 옆에 놓였던 폰을 집어 들었다. 발신 목록에 진짜로 자기가 야쿠에게 전화한 게 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내가 잠에서 덜 깨서 전화한 건가? 쿠로오가 어리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밖에 나가려던 리에프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 있으세여, 쿠로오 선배?”

“아니, 아니…. 그냥 나 전화한 기억이 없어서.”

“잠결에 뭐 하다가 눌린 거 아냐?”

너 잠금 같은 거 안 해놓으니까. 야쿠가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마저 죽을 끓이자 쿠로오도 곧 “그런가….”하고 걸걸하게 대답했다. “몸살 났다고 말하고 사오면 되죠?” 리에프가 쪼르르 야쿠 옆에 가서 물어보니 야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국 가는 김에 나 피로회복제도 사줘.” 야쿠가 하품을 길게 했다. 그러고 보니 야쿠도 오늘 기말 대체 발표가 있다고 했던가. 조원 하나가 제대로 일 그르치고 취직했다면서 다 버리고 탈주해버려서 이번 주 내내 밤 새다시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네-.” 리에프가 자기만 믿어달라는 듯이 씩 웃고는 껑충껑충 긴 다리로 현관까지 가서 신발 신고 얼른 나가버렸다. 어으으, 쿠로오가 앓는 소리를 내자 야쿠는 허리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목 근육을 풀었다.

“마지막은 잘 봤어?”

야쿠의 말에 쿠로오는 “응….”이라고 말했다. “너는?” 그렇게 말했더니 야쿠도 “나도 뭐…. 이래저래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결과물은 괜찮았어.”라고 말했다. 너나 나나 왜 이렇게 힘들게 끝나냐. 그렇게 말했더니 야쿠도 피식 웃었다. 그러게, 그래도 우리가 낫지. 카이는 그대로 교수님께 잡혀서 방학 내내 교수님과 같이 교토 가야 한대. 으어, 싫어. 쿠로오가 그렇게 골골대며 말하자 이젠 야쿠는 킬킬대며 웃을 정도였다.

“너 좋아하는 생선도 좀 넣었으니까 맛있을 거야.”

“생선?”

“참치.”

“아.”

쿠로오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야, 그거 근데 혹시 내 찬장에 일용할 양식을 꺼낸 건 아니지?” 그 말에 야쿠는 뒤를 돌아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아니, 사악해보이기도 했다. 그래, 아픈 내가 잘못이지, 쿠로오는 허탈해하면서 누웠다가 에어컨이 켜진 걸 보고 또 벌떡 일어났다. “누가 에어컨 켰어!” 그 소리와 함께 돌아온 건 “다녀와씀다! 빨리 왔죠!” 에어컨을 켠 용의자였다. 약을 먹기 전에 죽부터 먹으라며 죽을 뜨는 사이, 리에프는 그대로 쿠로오에게 혼났다. 리에프는 절대로 자기가 켠 적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아, 하지만 눌렸을지도.’라는 말에 다시 그대로 혼나고 있었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떠준 죽을 먹고 약도 먹고 다시 누운 쿠로오를 뒤로 한 채, 야쿠와 리에프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다시 나갔다. 참, 야쿠가 나가기 전에 쿠로오를 돌아보며 인사 후에 한 마디를 조용히 붙였다.

“나중엔 고양이도 보여줘.”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았고 닫는 그 틈에 에, 쿠로오 선배, 고양이 키워요? 같은 소리가 들리다가 쿵 하고 닫혔다. 쿠로오는 앉아있었다. 철퍽. 이마에 붙여있었던 물수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서야 쿠로오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키키? 쿠로오는 고개를 돌려 커튼을 가장 먼저 살펴보았다. 커튼은 한쪽 구석에 묶여 있었다. 창문은 에어컨 때문에 닫혀있었다. 숨기 좋아하는 두 번째 장소 이불은 다 펼쳐져 있었다. 그럼 다음은 어디로? 분명 야쿠와 리에프라는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으니 어디론가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텐데. 쿠로오는 몸을 낮춰서 싱크대 밑과 책상 밑을 찾아보았다. 키키. 키키. 어디 있어? 목소리는 다 갈라져서 이젠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쿠로오는 그 좁은 방을 이리저리 기어 다녔다. 혹시나 걸어 다니다가 더 놀라서 구석으로 숨어들까봐. 그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날까봐 쿠로오는 노심초사였다. 냐. 그러다가 어디서 작게 난 목소리에 쿠로오는 얼른 화장실 문을 열었다. 어디야? 그러다가 쿠로오가 냐-,하는 소리에 바닥으로 몸을 낮췄다. 변기 뒤에 조그마한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키키, 쿠로오는 키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에 손톱 몇 번 긁힐 걸 각오하고 내민 손이었다.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쿠로오의 손을 한번 보고는 걸어서 손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울었다. 냐. 들어도 괜찮다는 듯이 야옹 우는 소리에 쿠로오는 갑자기 손을 떨었다.

조심히 안아서 들어올렸다. 쿠로오의 손에 비해 고양이는 작았다. 긴장해서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발걸음마저도 신중하게 옮겼다. 고작 1K의 집에서 화장실에서 이불 펼쳐진 곳으로 걸어온 것뿐인데도 쿠로오는 그 걸음이 짧으면서 길었다. 조심히 제 이부자리 근처에 고양이를 내려놓자 커튼 뒤로 숨지 않고 가만히 거기에 꾹꾹이를 하고 있었다. 헉, 쿠로오 죽어요! 사진 찍고 싶어! 그런데 몸이 힘들어! 흐어어-. 쿠로오는 진귀한 장면에 넋을 잃고 보다가 결국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꼬릴 펑 터트리며 고양이는 다시 커튼 뒤로 숨어버렸다.

“아아….”

당연하게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쿠로오는 이불을 들어 누웠다. 어으, 이제 약기운이 도나 보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네. 쿠로오는 다시 똑바로 누워 떨어뜨렸던 물수건을 이마에 올렸다. 평소에는 항상 엎드려 자던 편이어서 꽤 불편했지만 몸이 아파서인지, 아니면 정말 약기운이 돌아서인지 몇 번 눈을 끔뻑 끔뻑 하다가 곧 눈을 뜨지도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조용히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숨소리가 고르게 나는 걸 듣고 있던 고양이는 조용해진 방 안, 커튼에서 조용히 기어 나왔다.

냐.

다시 한번 울어보았지만 아까 겨우 집에 와서 기절하듯 잠들어버린 그 때와 같이, 쿠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냐, 그래도 고양이는 한번 더 울어보고서야 총총 쿠로오의 근처로 걸어왔다. 얼굴 근처로 와서 야옹, 다시 울어보았지만 쿠로오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앓는 소리도 내지 않고 푹 잠들고는 숨을 내쉬고 마시고 있었다.

“…아파….”

그리고 말을 했다. 쿠로오의 이마 위 물수건에 조심히 닿은 건 고양이의 앞발이 아니라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조막만한 사람의 손이었다. 물수건에 손을 올렸다가 축축한 느낌에 얼른 손을 뒤로 빼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란 머리였지만 정수리 쪽은 검은 머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서 들어온 건지 모를 아이의 머리에는 두 귀가 바짝 브이자를 그리고 서 있었고 물수건을 만진 손을 열심히 제 혀로 핥고 있었다.

아파. 이 사람 아파.

쿠로오를 가만히 보고 있던 아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옆에 동그랗게 말아 누웠다. 아이의 엉덩이 위에는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들키면 안 돼. 그럼 사람들은 우릴 괴롭힐 거야.

아이는 꼬리를 제 두 손으로 잡고 열심히 혀로 핥으며, 그 옛날 이제 혼자 가라고 등을 떠밀던 부모를 떠올렸다. 고양이들은 이제 혼자 살아가는 거야. 그래야 고양이야. 부모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아이들에게 꼭 당부했다. 사람으로 살고 싶으면 계속 사람으로 살고, 고양이로 살고 싶으면 계속 고양이로 살아야 해. 절대로 우리가 이렇게 사람도 되고 고양이도 되는 걸 들키면 안 돼. 그 질문에 다른 형제가 물어보았다. 왜요? 그러자 부모들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정말 믿어도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말해도 괜찮겠지.

사람은 무섭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아프니까.

아이는 가장 먼저 에어컨 리모컨을 빤히 바라보았다. 커튼 뒤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던 고양이는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을 보고 에어컨을 가장 먼저 켰다. 항상 더워할 때면 그 사람이 네모난 것 중 빨간 버튼을 눌렀었다. 고양이에게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 후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사람은 그 이후로 좀 앓는 소리를 덜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이는 제 건너편에 있는 네모난 폰을 보고 끔뻑거렸다. 이 사람이 따라하는 대로 이래저래 눌러서 사람을 불렀던 건 아이였다. 둘이나 올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엄청 큰 사람이 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화장실에 숨어서 조용히 소릴 들으며 그 사람들이 이 사람을 돌봐주는 소리를 듣고 고양이는 골골거렸다.

“꾸로오…. 꾸로….”

아픈데도 저 놀라지 말라고 챙겨주고, 사람들이 간 후에 저를 찾아서 기어 다녀준 사람에게 고양이는 마음을 열기로 했다. 눈을 끔뻑이며 아이는 아까 그 사람들이 이 사람을 부르던 이름을 불렀다. 꾸로. 꾸로. 인간들은 이름을 중요시 해. 언젠가 네가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너도 네 이름을 말하면 돼. 부모들 중 한 명이 아이에게 말해주었던 걸 떠올리며 아이는 중얼거렸다.

“꼬-즈메….”

코즈메 켄마. 키키가 아니라 코즈메 켄마. 쿠로오가 뒤척이지도 않고 웬일로 푹 주무는 통에 아이는 몸을 동그랗게 만 채로 꼬리를 만지고 쿠로오의 이름을 부르다가 눈을 감았다. 쿠로오의 손 근처에서 잠든 아이는 곧 해가 다 지고 쿠로오가 일어나고 큰 소리를 내고서야 일어나게 되었지만 아직은 그 때를 모르니까. 아이는 쿨쿨 잠든 쿠로오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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